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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칸 영화제 ‘0편’, 한국 영화의 위기를 말하다

by 필름 끊긴 밤엔 영화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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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칸 영화제 ‘0편’, 한국 영화의 위기를 말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는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섰다. 그 후로도 박찬욱, 송강호 같은 이름들이 칸의 레드카펫을 장식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2025년, 제78회 칸 영화제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영화가 단 한 편도 공식 섹션에 초청받지 못한 것이다.

 

 1999년 이후 26년 만의 일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 영화 위기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영화관을 나오며 봉준호 감독의 강렬한 연출을 떠올리던 그때의 설렘은 어디로 갔을까? 오늘은 칸에서의 부재가 말해주는 한국 영화 위기의 원인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칸에서의 침묵, 26년 만의 충격

 2025년 칸 영화제는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주 경쟁 부문에는 22편의 영화가 선정되었지만, 한국 영화는 없었다. 비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 주간에서도 한국 영화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비평가 주간에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초청받았을 뿐이다. 이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섹션에서 한국 영화가 완전히 배제된 사례다. 과거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칸에서 수상하며 쌓아온 명성은 어디로 갔을까? 한 영화 팬은 “칸에서 한국 영화를 못 보니 허전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부재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위기의 뿌리: 제작 감소와 투자 축소

 한국 영화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영화 제작의 급격한 감소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45편이던 상업 영화(제작비 30억 원 이상)는 2021년 17편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20편 내외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미뤄졌던 ‘재고 영화’가 소진되며 신작 제작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투자 환경도 얼어붙었다. 롯데컬쳐웍스의 이경재 본부장은 “투자자들이 수익성 악화로 신규 프로젝트를 꺼린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영화제에서 만난 한 제작자는 “예전엔 도전적인 작품도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안전한 프로젝트만 찾는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투자와 제작이 줄며 독창적인 작품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칸 같은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 필요한데, 현재 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그림자

 또 다른 원인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부상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OTT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며 영화 제작의 중심이 극장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했다.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심은진 교수는 “스트리밍 중심의 제작 방식이 극장용 영화의 다양성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5년 칸에 출품하려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 없다는 후반 작업 지연으로,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미완성 상태로 출품이 불발됐다.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나 영화는 빠르게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영화는 칸의 극장 상영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전엔 극장에서 개봉하며 칸을 노리던 작품들이, 이제는 OTT 공개를 우선시하며 국제 영화제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 영화 위기의 또 다른 얼굴이다.

AI와 새로운 흐름, 기회인가 위협인가

 최근 한국 영화계는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11년작 마당을 나온 암탉의 4K 리마스터링이나, AI로 제작된 단편 M 호텔이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AI는 제작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지만, 한계도 있다. 비평가들은 AI로 생성된 영상이 “플라스틱 같은 질감”을 띠며 원본의 감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M 호텔을 보며 놀라운 기술력에 감탄했지만, 인간 창작자의 섬세한 감정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AI는 저비용 영화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지만, 칸 같은 예술 중심 영화제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창의성이 우선시된다. AI가 한국 영화 위기를 돌파할 도구가 될지, 아니면 예술성을 희생하는 위협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희망의 불씨, 한국 영화의 미래

 2025년 칸 영화제에서의 부재는 분명 한국 영화 위기를 상징한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홍상수 감독이 2025년 칸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연상호 감독의 얼굴, 김병우 감독의 전지적 독자 시점 같은 작품들이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과거 임권택, 박찬욱, 봉준호가 열어젖힌 문을 이어갈 젊은 감독들의 도전도 필요하다. 영화 팬으로서, 기생충을 보며 느꼈던 그 전율을 다시 만나고 싶다.

 

 한국 영화는 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왔다. 칸에서의 침묵은 잠시일 뿐,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작품이 나오리라 믿는다. 당신은 어떤 한국 영화를 기다리고 있나? 그 기대가 한국 영화의 내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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